🙋♀️안녕하세요. 이윤기 님.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역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소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상하농원에서 꽤 오래 일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상하농원을 다닌 지는 지금 거의 8년 차고요. 고향이 여기 고창이에요.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환경공학과를 진학하게 됐거든요.
🙋♀️진짜 막연했네요!
네.. 그렇죠?(하하) 진학 후에는 농어촌공사에서 토양 환경정화사업을 했었어요. 거기서 배우는 건 농지 정화같이 환경을 보호하는 일과 상관이 없지는 않았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막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산물 유통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때 농산물 유통 쪽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돈 되는 게 장사인 것 같더라고요. 장사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회사 들어가서 농산물을 소싱한다는 건 내 돈 들이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드는 물건 팔아보는 경험이잖아요. 결국 농어촌공사에서 GS로 이직해서 유통 쪽으로 일하다가 부모님이 몸이 안 좋아지셨어요. 그래서 고창으로 내려왔고, 상하농원에서 일하게 됐죠. MD까지 하고 귀향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요. 계획처럼 되진 않았지만 10년~15년 계획이 앞당진 셈이죠. 농원이 힘들지만 그래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고향에서 일한다는 점을 포함해서요.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제철 지역 농산물들을 소싱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제철 농산물 중 지역에서 생산하는 생산자분들을 찾고 그분들 중에서도 맛과 품질이 좋은 분, 거래 조건 성립되는 분들과 거래하는 일을 해요. 시기, 가격, 물량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저희가 팔아드릴 수 있는 물량이 적어요. 그리고 고창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농산물 판매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요. 품질도 좋지만 인지도가 있거든요. ‘고창 수박’, ‘고창 땅콩’처럼요. 로컬에서 상하농원을 생각하는 분위기의 영향도 있는데요. 대기업이 뭔가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회사 상황이 어떻든 물량이나 단가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이게 좀 애로사항이네요.
🙋♀️매일유업도 엄밀히 보면 대기업이 아니라 중기업이고, 상하농원은 중소기업인데 계열사라는 이유로 오해를 받고 있군요.
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감안해 주신 분들이 다행히 계셔서 점점 거래처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중소기업이고 초창기 회사인 점, 6차 산업에 도전한 기업이라는 점을 보면, 업무량이나 본래 업무 이외에 하시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농원 안에서 일하다 보면 다른 부서의 일인데도 같이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어요. 핼러윈 같은 행사를 치르기도 하고요. 힘든데 분명히 재밌는 부분이 있거든요.
최근에는 연봉에 변화는 없지만 팀장 직책을 달아주셔가지고.. 대관 업무도 함께 하고 있어요. 나의 일은 아니지만 회사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조직, 팀, 부서, 회사의 업무를 얼마나 잘 갈음해서 하느냐가 중요해요. 이게 없으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고창이 고향이라고 하셨는데, 지역에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익숙함, 단점도 익숙함이에요.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에요. 그렇다 보니 반대로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분들도 많은 거죠. 그래서 사적인 부분이나 사소한 것들도 다 가감 없이 노출돼요. 그런 부분들은 단점인 것 같아요.
🙋♀️일을 하시는 데 만족하시나요? 1점에서 10점까지 점수로 표현한다면 몇 점이에요?
아.. 이 인터뷰가 제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하네요! 음.. 5점이요! 마케터들은 내가 손을 댄 게 히트를 쳤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데요. 그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한 게 아직 없어서요. 아직 이렇다 할 성취감이 없네요.
🙋♀️성취감이 없다고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우수사원으로 여러 번 뽑힌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8년 일했는데, 8년 중 3번 정도 우수사원으로 뽑혔어요. 비결은.. 영혼을 갈아 넣자!입니다. 직장 생활은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인 것 같아요. 책임감+열정+집중력이 모두 필요해요.
🙋♀️공감해요. 만족도나 성취감과 연관이 있는 질문이긴 한데, 일을 하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으신가요?
아 맞다! 폴바셋 메뉴 중 고창 수박주스가 있는데 고창에서 생산된 수박으로 들어가요. 그때 거래가 성립돼서 4~5년째 납품 중인데요. 남들이 이름 대면 아는 매장에 내가 직접 손 댄 물건이 판매된다는 점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책임감으로 느껴져요. 맛이나 이런 것도 신경 쓰게 돼서요.
🙋♀️일을 성사시킨 성취감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거군요. 일을 하시는 데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관계를 중요시해요. 어쨌든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잖아요. 거래도 그렇고요. 회사 내에서는 한 팀의 팀원으로 있든, 상사와 팀원의 갑을 관계에 있든 그건 결국 사람 대 사람이라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요.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수박주스의 맛을 신경 쓰는 것도 고객이나 폴바셋, 수박 농가와의 관계에 관련돼서 그런 것이군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적정 거리와 타이밍을 지키면서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사람과의 관계까지 잃지는 않으려고요. 왜냐하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적정거리만큼이나 타이밍이 중요한데, 언제 어디서 다른 관계로 만나 도움을 주고받을지 모르거든요. 그것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아..저도 관계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윤기님과 제 사이는 그렇게 친해진 듯 거리감이 있는 걸까요?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하하) 제가 일부러 이렇게 유지하는 것도 있어요. 상사나 타부서, 거래처 사람과의 관계에서 제가 먼저 거리감을 두면 상대방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이전 직장까지 합해서 제가 직장 생활이 14년 차인데요. 회사를 다녀보니 능력치가 중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얼마나 조화되느냐가 더 중요해요.
🙋♀️여러 가지 중요한 키워드들이 많이 나왔는데, 윤기 님의 ‘일’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나의 일은 돈이다. 내가 (상품을) 잘 구해와야 회사도 거래처도 돈을 벌잖아요. 내 월급도 그래야 올라요.(천천히)
🙋♀️관계 속에서 돈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되겠네요. 혹시 직장 생활 이후의 삶도 생각하신 게 있으실까요?
저의 출구 전략은 비트코인입니다. 현실적인 기준에서 투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의 앞으로의 20년은 없지 않을까 해요. 5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면 앞으로 노동할 수 있는 시간 겨우 20년이에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든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경제 논리나 매출 구조로는 10년~20년 안에 돈의 흐름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이라는 허상밖에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게 좀 안타깝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낭만적으로 얘기 잘 하시다가 갑자기 돈 이야기로 넘어오셔서 당황스럽기도 한데, 이건 로컬의 직장인이든 대도시의 직장인이든 모두 가지고 있는 난제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근무하신 비결은 무엇인가요?
템포 조절이 중요해요. 전력 질주해서 100m 달리기를 하면 안 되듯, 자신만의 템포를 찾고, 본인만의 일-삶의 밸런스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윤기님만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저도 아직도 찾고 있기는 한데요. 하하. 지금은 주말에 여자친구랑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아요.
🙋♀️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에 고창 벤처스가 있는 건가요? 지금은 임원으로 내려와 계시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회장직에 계셨잖아요. 직장 생활하시면서 벤처스라는 청년 모임을 이끄는 회장까지 하시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벤처스 회장할 때 무게감이 상당했어요. 회원분들 모두 감투를 써보는 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회사 생활할 때 진짜 팀장님들 경영진들 이해 안 된다고 그러잖아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자리가 주는 무게감을 모두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고창 벤처스에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으실까요?
등대 같았으면 좋겠어요. 지역 안에서 등대같이 청년의 인생을 밝혀주었으면 좋겠어요. 바라보는 지점,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역할이었으면 해요. |